햇살 어린이 동화

자일 파티와 함께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다!

박마루 작가의 첫 장편 동화 《우리들의 자일 파티》가 현북스에서 발간되었습니다. 자랑스럽기만 하던 등반가 아빠를 하루아침에 잃은 소년이 아빠와의 연결 고리인 산을 통해 상실의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표현한 암벽 등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고 소년의 힘찬 걸음을 따라가게 할 것입니다.

믿음으로 맺어지는 자일 파티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경사진 오르막길, 미끄러운 흙길, 길 없는 길을 땀 흘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숨 가쁘게 올라야 비로소 정상에 서서 큰 숨을 쉬며 저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그 길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정상에 서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힘든 과정을 거치며 올라야 합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바위를 타고 오르는 암벽 등반에서는 둘이나 셋이 자일을 함께 묶어 한 명씩 차례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중 한 사람이 미끄러진다 해도 나머지 사람에게 묶여 있는 자일 때문에 추락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몸처럼 묶인 등반 동료를 자일 파티라고 합니다. 서로 호흡이 잘 맞고 믿음이 있어야 해낼 수 있는 것이 자일 파티와 함께 하는 암벽 등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근두근 자일 파티, 아빠
선우 아빠는 등산 용품 매장 앞에 커다란 사진이 걸릴 만큼 유명한 산악인입니다. 친구 민기는 선우가 씩씩하고 용감한 아빠를 닮지 않았다며 이상해합니다. 현태는 선우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합니다. 
아빠가 훈련에서 돌아온 날 선우는 학교를 마치자마자 집으로 달려갑니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빠는 암벽 오르는 데 필요한 장비들을 풀어 놓고 선우에게 자일과 안전벨트를 끼워 줍니다. 선우는 아빠와 자일 파티가 되어 암벽 오르기를 해내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히말라야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원정을 준비하는 아빠는 새 길을 찾으면 ‘선우의 길’이라고 이름 붙일 것이라 말해 줍니다. 그리고 다음에 둘이서 꼭 함께 오르자고 합니다. 선우는 자신이 아빠를 지키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정을 떠난 아빠는 실종된 채 돌아오지 못합니다. 선우뿐 아니라 엄마와 동생 은수도 일상을 잃고 방황합니다. 선우는 아빠 때문에 알게 된 네팔 친구 텐징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깨달음을 얻고 주먹을 불끈 쥐고 아빠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씩씩한 소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아픈 시간을 함께 이겨 낸 식구들도 각자의 일상을 찾아 갑니다. 독자들은 선우 가족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처를 극복하게 되는지 지켜보며 ‘성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입니다.


가슴 뭉클 자일 파티, 친구들
선우, 현태, 민기는 자일 파티가 되어 설악산에서 암벽 등반을 하게 됩니다. 선우는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민기는 건강을 위해, 현태는 방학을 즐기기 위해 등산 학교에 들어간 것입니다. 선우가 선등을 맡고 이어 현태, 민기가 차례로 암벽을 오릅니다. 셋은 등산 학교에서 훈련받으면서 더욱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산을 오르려면 늘 한 걸음부터 시작합니다. 제아무리 등산의 경험이 많은 사람도, 높고 험한 산을 올라본 사람도, 값비싼 장비를 자랑하며 기술을 뽐내는 사람도 언제나 시작은 똑같이 한 걸음입니다. 어린이 역시 보폭의 차이만 있을 뿐 어른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스스로의 인내와 노력만으로 올라야 하는 것이 등산입니다.
그래서 산 정상에 서게 되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선뜻 손을 내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반칙 없이 속임수 없이 정직하게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그곳에 섰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서로 축하해 주고 격려하며 기쁨을 나누는 것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SF 동화집

상상의 세계에 놀러 오세요!

먼 미래로, 넓고 넓은 우주로 시공간을 초월해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펴는 동화집 《열두 살의 데이터》가 현북스에서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동화는 충분한 개연성을 가진 미래 사회를 이야기하고, 어린이 독자 마음속 바람을 다독여 주며, 기발한 상상의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이승민 작가 〈열두 살의 데이터〉
인공지능 루나는 한 인간이 열두 살까지 살아온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의 직업 세 가지를 정해 줍니다. 그러면 그중에 한 가지를 고르고, 그때부터 그 인간은 정해진 직업에 맞춰 교육받고 학교를 졸업하고 평생 한 가지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백산이도 열두 살이 되어 생일이 같은 예지와 함께 루나의 평가를 받습니다.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예지는 가수가 아니라 가수와 함께 일하는 직업 세 개를 받아서 펑펑 웁니다. 이제 백산이 차례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떠들썩해질 만큼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무 직업도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루나의 탄생 이후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겪게 된 백산. 인공지능은 왜 이런 결과를 내게 된 것일까요?

장한애 작가 〈교환 여행〉
여행사에 신청하면 초등학생도 우주 교환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 12시간 동안 최노아라는 아이로 살기 위해 순간 이동을 해서 지구인 최노아 방에 도착한 컬퍼니아인. 외계인이지만 여행 슈트를 입어서 감쪽같이 지구인 최노아로 변신했습니다. 가족들도, 친구들이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필요할 때마다 최노아가 하는 행동이 여행 슈트의 시각 모니터에 뜨니까요.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야 하는 최노아 일정에 따라 학원에 가서 선생님께 칭찬도 듣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에 여행사에서 메시지가 옵니다. 교환 여행자가 경로를 벗어났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드디어 돌아갈 시간이 1분 남았을 때 컬퍼니아에서 우주 통신을 연결해 옵니다. 그리고 엄청난 반전이 펼쳐집니다.

유하정 작가 〈스파클링봇〉
민서는 이모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로봇 연구원인 아빠는 한 달 전 덴마크로 갔고, 민서는 아빠가 떠나기 두 달 전부터 이모할머니와 살았습니다. 하지만 민서는 이모할머니와 잘 맞지 않아 짜증이 자주 납니다. 아빠가 떠난 이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습니다. 속옷을 사야 하는데 그것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습니다. 물론 눈도 마주치기 싫은 이모할머니에게는 절대 하기 싫습니다. 어느 날 아빠에게 수다를 실컷 떨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기다리라던 아빠가 로봇을 보내왔습니다. 이모할머니가 노인정에 간 사이 민서는 로봇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네 가지밖에 말을 못 하지만 로봇과 이야기를 나눈 뒤 민서는 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로봇 생각뿐입니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온 민서는 로봇을 세워 놓은 방향이 바뀌어 있다는 걸 눈치챕니다. 그리고 로봇에 녹음된 파일을 재생하면서 이모할머니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됩니다. 이모할머니는 로봇과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것일까요? 스파클링봇은 세 달이 지나도록 가까워지지 않은 두 사람을 화해시킬 수 있을까요?

이퐁 작가 〈우주에서 최고로 맛있는 눈꽃빙수 만드는 법〉
제리 언니의 동영상이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여름. 지구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자꾸 일어납니다. 남반구는 비행접시에 들어가고, 북반구에는 100일 동안 엄청난 눈이 오고, 끈적한 비가 내리고, 소행성이 날아와 지구는 재난 상태에 빠지는데요. 이야기 배경은 은하계의 한 식당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나의 미래를 그린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할아버지!
아빠와 할아버지가 화해할 방법은?

할아버지, 아빠, 주인공의 삼대에 걸친 가족 관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동화 《세 개의 마술 밧줄》이 현북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신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나타나고 주인공 소년은 아빠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나날들을 보내게 됩니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할아버지와 소년의 관계가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신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나타난다면? 낯선 분위기에서 멀게만 느껴지는 관계의 거리를 그대로 두고 지낼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노력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한 지붕 아래에 같이 살면서 할아버지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작가는 팽팽한 긴장 관계를 어린이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마술이라는 장치로 풀어 갑니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가족이 드문 요즘입니다. 가끔 뵙는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관계도 살갑기가 쉽지 않지요. 대부분이 핵가족인 사회에서 ‘어른’과 교감하며 삶의 지혜를 엿볼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입체적인 관계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와 지혜를 깨닫게 되면 어린이들은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어린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좋은 관계란 무엇인지 등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줄거리
돌아가신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루네 집으로 옵니다. 주인공 하루는 자기소개 시간에 발표할 마술을 열심히 준비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티격태격하느라 연습은 엉망이 되고 맙니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마음을 알아챈 할아버지는 하루에게 마술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점점 가까워지지요. 
한편 아빠는 자신이 버려진 것이 바로 마술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술 이야기만 나오면 날을 세웁니다. 신나게 마술의 세계를 탐험하던 하루와 할아버지는 어느 날 아빠에게 마술 상자를 들키고, 그날 할아버지는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합니다. 고모할머니를 통해 할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아빠를 찾아 헤맸는지가 밝혀지고 할아버지, 아빠, 하루는 세 개의 튼튼한 밧줄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사랑하는 가족들도 가끔씩 서로 미워하고 갈등하는 일이 벌어지곤 해요. 《세 개의 마술 밧줄》에 나오는 가족들처럼요. 어른들이라고 다 옳게 행동하거나, 복잡한 감정을 혜롭게 다스리지는 못한답니다. 그런 일이 생겼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의 얼기설기 얽힌 매듭을 여러분만의 마술로 한번 풀어 보는 건 어떨까요?
- 작가의 말 중에서

내가 만일 황당한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면?
뽀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급 작전

황당한 소문 때문에 억울하고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 소녀가 친구들과 힘을 모아 진실을 밝혀 나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린 동화 《4학년 2반 뽀뽀 사건》이 현북스에서 출간되었다. 누군가 소녀와 뽀뽀를 했다는 의문의 수첩 메모가 발단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의 전개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뜬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소문의 내용이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인데 억울하게 누명을 쓴다면 말이다. 소문이 잦아들기만 기다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하며 지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인가. 

진실이 아닌 거짓은 언제나 실망과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요즘 부쩍 많아진 가짜 뉴스나 흔히 말하는 ‘유비 통신’ 혹은 ‘카더라 통신’ 등이 전하는 무책임한 거짓 정보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사회적 에너지를 쓸데없는 일에 소모시킨다. 소문의 당사자가 겪게 되는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신뢰와 믿음이 깨진 사회 역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늠조차 어려운 집단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주영 작가는 이야기 속 아이들처럼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 싸울 일이 생긴다면 사람들과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제안하고 있다. 무조건 참고 피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4학년 2반 뽀뽀 사건의 발단은 한 남학생이 우연히 주운 수첩에서 이상한 글을 발견하고 다른 친구에게 말을 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 같은 반 여학생인 지아와 뽀뽀를 한 후 그 느낌을 적어 놓은 짧은 메모로 보였기 때문이다. 소문이 몰고 온 오해와 추측은 지아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었고, 단정하지 못한 여자아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지아는 그냥 무시하고 피하거나 참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여자 친구들과 함께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여자아이들이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는 아이들’이라는 뜻의 ‘잘바아’를 결성하여 소문의 근원을 역추적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남자아이들은 남자가 범인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소문으로 피해를 본 아이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소피아’를 결성해 여자아이들과 대립한다. 

이처럼 소문을 퍼뜨린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남자 대 여자의 갈등 구조를 보이며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지만 서로의 억울함을 풀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이들은 극적으로 타협하여 함께 범인 찾기에 나선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예찬이의 자백으로 사건은 일단락되고 이야기는 결말을 맺는다. 웹 소설을 쓰고 있던 예찬이가 반 친구 이름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하여 메모해 놓은 아이디어가 오해를 불러온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민감한 성 문제, 양성평등에 관한 인식, 집단적 문제 해결 방법, 인간관계 등의 주제들을 자연스럽게 잘 아우른 구성과 발상이 돋보이는 동화이다. 

피겨 스케이팅에 빠진 소녀의 꿈을 향한 도전
“넘어진 곳에서 다시, 천천히 시작하면 돼!”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소녀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장세정의 동화 <피겨에 빠진 걸>이 현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커다란 날개로 바람을 안고 나는 새 앨버트로스처럼, 온갖 고난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피겨 말고는 재미난 것도, 열심히 하는 것도 없는 평범한 소녀의 특별한 일상을 그린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자 화자(話者)인 수영이의 입을 통해 전개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수영이가 마주하는 상황에 대해 함께 집중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는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극중 인물들의 미래까지 유추해 보게 만든다.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던 수영이는 우연히 접하게 된 피겨 스케이팅에 빠져든다. 가느다란 스케이트 날 위에 올라 빙상을 달릴 때면 자신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떨림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처럼 실력이 쑥쑥 늘지 않는 데다 몸도 따라 주지 않아 실의에 빠지곤 한다. 게다가 코치의 폭언과 폭력, 잘하는 아이만 편애하는 지도 방식 때문에 마음을 상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이는 포기할 수 없다. 피겨만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수영이 피겨에 빠지게 된 배경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영이네 집에 폭풍우가 치던 시절이 있었다. 다혈질에다 엄격하기만 한 아빠는 아이들의 사소한 잘못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는 반듯한 모습이었지만 수영이 남매의 마음속엔 불만이 차곡차곡 쌓였다. 다행히 수영이는 피겨 스케이팅을 접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지 알게 되었고, 한 마리 새처럼 빙상을 날아오르는 피겨 선수가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꿈을 좇으려 한 것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것을 만나 목표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중 2짜리 오빠는 억눌린 감정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며 일탈로써 세상에 맞서기 시작한다. 
할 수 없는 것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힘!

거대한 날개 때문에 땅에서는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한 앨버트로스는 그 날개를 이용해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끝없는 도전이 있다. 새끼를 키우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 앨버트로스는 기필코 공중을 날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듯 할 수 없는 것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힘, 부정적인 요소를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힘은 결국 자기 안의 ‘바람’과 ‘열정’이다. 바람을 안고 나는 새 앨버트로스의 가슴에는 부는 바람뿐만 아니라 마음속 간절한 바람이 함께하고 있다. 

연습 도중 허리를 다쳐 더 이상 점프를 할 수 없게 된 수영이는 마치 날개를 잃어버린 새, 혹은 폭풍을 만난 새와 같다. 피겨 선수에게 점프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점이기 때문이다. 수영이가 맞닥뜨리는 부조리한 관계와 불리한 조건들은 마치 앨버트로스의 날개처럼 수영이를 주저앉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그러나 다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노력을 멈추지 않는 수영이의 모습은 바람을 안고 하늘을 나는 앨버트로스와 닮아 있다. 피겨에 대한 수영이의 열정과 앨버트로스의 바람은 결국 자신을 넘어선다는 데에서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저마다 모양은 다르지만 다스릴 수 없는 폭풍우 하나씩을 껴안고 아득히 먼 곳으로 날아오르려 애쓰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하고 응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 후배에 대한 질투심을 극복하고 진심으로 그를 응원하게 되기까지 수영이의 심리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홀로 빙상에 서서 시합 준비를 하는 후배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수영이는 누구보다 힘들었던 연습 과정과 아무도 대신할 수 없이 완벽히 혼자인 무대임을 깨닫고 마음으로부터 그를 응원한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된 깊은 공감에서 나옴을 보여준다.

지적 장애 소년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꿈꾸는 동화

지적 장애를 가진 소년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배순아의 신작 《꽈당, 넘어진 날》이 현북스에서 출간되었다. 뇌성마비인 아빠, 지적 장애에 다리까지 불편한 동생,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출한 엄마까지……. 이렇듯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지적 장애 소년의 순수하고 해맑은 동심이 돋보이는 동화이다. 

이 동화의 주인공 치우의 가족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와 엄마, 치우와 재우까지 모두 여섯 명이다. 치우 아빠는 뇌성마비를 앓아 말더듬증이 심하고,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속은 철부지 어린아이 같다. 다행히 치우 엄마를 만나 결혼했지만 연년생으로 태어난 치우와 재우 모두 지적 장애를 가졌다. 게다가 재우는 다리까지 불편하다. 이런 삼부자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모지리 형제’ ‘바보 가족’이라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오해를 받아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치우네 가족은 태풍으로 모든 것을 잃고 삶의 터전이던 섬을 떠나 육지로 오게 된다. 치우 엄마가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리지만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장사가 안 되어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 치우 엄마는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결국 집을 나간다. 돈을 벌어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과 함께.

장애와 가난, 엄마의 가출 등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치우의 성격은 의외로 밝기만 하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주눅 든 기색 없이 활발하고 때로는 지나친 호기심 때문에 사고뭉치가 되기도 한다. 새를 자세히 보려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기도 하고, 훨훨 날아 보라고 병아리를 높이 던지기도 하고, 교실 청소 시간에는 먼지 뭉치의 털장갑을 보고 쥐로 착각해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치우는 날마다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서 있다. 

치우가 밝게 자랄 수 있는 건 바로 치우 곁에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친부모의 모자람을 채워 주며 아낌없이 돌보아 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과 치우 형제밖에 모르는 아빠, 그리고 편견 없이 지도하고 교육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특히 선생님들의 칭찬과 격려는 치우에게 큰 힘이 된다. 치우를 보통의 아이들과 차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런 어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장애 아동에게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닐 것이다.

장애는 그저 남들과 다른 불편함일 뿐 그것 자체가 결함이나 열등함이 아니다

흔히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 자체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 때문에 더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이 책은 장애를 가진 아이의 이야기이지만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다. 개구쟁이에 말썽꾸러기인 치우가 여느 아이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모든 사건과 소동은 따지고 보면 장애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들로 평범한 아이 누구라도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장애의 문제를 장애로 여기지 않고 그냥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로 풀어내는 작가의 방식이 돋보인다. 장애를 장애로 인식하지 않으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장애는 그저 남들과 다른 불편함일 뿐 그것 자체가 결함이나 열등함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기에, 장애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이고 단지 ‘불편한 것’에 불과한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똑똑하고 힘세고 건강한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죠. 어딘가 좀 부족한 사람, 몸과 마음이 아프거나 가난한 사람,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걷기 위해 조금 기다려 주고 양보해 준다면 이 세상은 더 아름답고 평화롭겠죠.” 
-<작가의 말> 중에서-

기억을 잃어 가는 할머니, 할머니 사랑을 기억하는 손녀
더 늦기 전에 할머니 손을 잡아 드리세요!

어린이의 시선에서 치매 문제를 다룬 성주희의 신작 <내 다래끼>가 현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치매 할머니와 그 가족이 겪는 일상적인 어려움을 어린 손녀의 눈을 통해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치매 환자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책이다.

고령화 시대의 가장 무서운 병으로 알려져 있는 치매는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크나큰 고통과 상처를 주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킨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열 명 중 한 명이 치매 환자이며, 그 수는 이미 70만 명을 넘어섰다. 2024년 치매 인구 100만 명 시대를 예고하고 있기에 이제는 그 누구도 치매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기억력 감퇴뿐만 아니라 언어 장애, 시공간 파악 능력 저하, 인격 장애 등 다양한 정신 능력에 장애가 발생하는 치매 환자에게 성격 변화와 감정의 변화는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책에 나오는 조쌍미 할머니도 치매로 인해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거나 고집을 피우며 생전 안 하던 욕도 하고 심지어 폭력을 쓰기도 한다. 그런 할머니가 너무 낯설고 무섭기만 한 손녀 미연이는 할머니 문병 때문에 자기 스케줄이 자꾸 꼬이거나 이것저것 요구 사항이 많은 할머니가 때로는 귀찮기도 하다.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자란 미연이는 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고 컸다. 그래서 할머니와의 추억도 많다. 혹여라도 손녀딸이 아프면 응급실에 데리고 가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따고, 어렵게 모은 돈으로 중고차까지 샀던 할머니. 그렇게 다정하고 자상하기만 했던 할머니가 헝클어진 머리에 일그러진 얼굴로 욕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 미연이는 마음이 아프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처럼 곱게 늙기를 바랐던 할머니가 왜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미연이의 마음은 옛날 다정했던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현재 괴팍해진 할머니에 대한 원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한다. 두 마음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자꾸 꼬여만 가는데……. 어느 날, 할머니 문병 갔다가 눈에 다래끼가 생긴 미연이는 할머니의 부름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친구 생일파티에도 빠지게 된다. 이 모든 게 할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한 미연이는 화가 나서 할머니에게 다래끼를 옮기기로 결심한다. 자기 눈을 비빈 손으로 할머니 손을 슬쩍 만진 것이다. 결국 다래끼가 할머니에게 옮아갔고, 미연이의 소심하고 비밀스러운 복수는 성공했다.

그런데 늘 투정을 부리고 소리만 지르던 할머니가 정신이 들 때면 정화수를 떠 놓고 ‘니 다래끼 다 내 끼다’ 하며 미연이를 위해 빌었다는 사실과 미연이가 문병을 갈 때마다 달력에 ‘누네 너어도 안 아픈 내 새끼 온 날’이라 메모를 해 놓고 손녀를 기다리는 할머니 마음을 알게 되었다. 미연이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할머니가 자신을 돌보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점차 기억을 잃어 가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놓치지 않는 끈이 바로 손녀에 대한 사랑임을 확인하게 된 미연이는 그동안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할머니 품에 안겨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과거에도 자신을 사랑했고,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할머니 마음을 깨닫게 된 순간 변해 버린 할머니의 모습을 이해하고 보듬게 된 것이다.

미연이의 할머니와 같은 병실에 있는 노말숙 할머니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가 치매 환자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갑자기 낯선 곳에 가면 당황스럽고 불안할 때 있지? 할머니도 마찬가지야. 지금 그 세계에 적응하는 중이라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는 거지. 할머니가 여행을 잘할 수 있도록 네가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그 여행이 그나마 순조로울 거야.”

방정환의 시각으로 재탄생한 세계동화 10選
지구의 꽃, 어린이들에게 주는 사랑의 선물

방정환이 조선의 어린이를 위해 번역했던 세계동화 《사랑의 선물》을 현북스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열 편의 동화에 대한 해설은 물론 관련 주제 열 가지를 제시하여 보다 깊이 있는 책 읽기를 돕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방정환의 사랑이 가득 담긴 이 책은 지금 읽어도 새로운 감동을 줄 것이다.

방정환이 서문에서 “학대받고, 짓밟히고, 차고, 어두운 속에서 우리처럼, 또, 자라는, 불쌍한 어린 영들을 위하여, 그윽이, 동정하고 아끼는, 사랑의 첫 선물로, 나는, 이 책을 짰습니다.”라고 밝힌 것처럼 《사랑의 선물》에는 짓밟히고 학대받고 설움 받으며 자라야 했던 우리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단지 눈물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고 힘든 속에서 꿋꿋하게 이겨 나가는 법, 불의에 맞서 싸워 나가는 법, 용기와 정직, 지혜와 희망의 가치도 함께 전하고 있다. 이 책을 오늘 다시 펴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사랑의 선물》에는 총 10편의 세계 유명한 동화가 실려 있는데 모두 어린이를 아끼고 동정한 방정환의 사랑, 그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 사랑이 변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방정환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리라. 원문의 글맛은 최대한 살리되 문장은 현대의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다듬었고, 각각의 동화 뒤에는 작품에 대한 해설과 함께 열 가지 테마(목숨, 꿈, 동정, 지혜, 죽음, 성공, 소외, 습관, 정직, 원수)를 덧붙여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차례>
난파선 (이탈리아)  
산드룡의 유리 구두 (프랑스)   
왕자와 제비 (영국)  
요술왕 ‘아아’ (시칠리아)  
한네레의 죽음 (독일)   
어린 음악가 (프랑스)   
잠자는 왕녀 (독일)  
천당 가는 길 (독일)  
마음의 꽃 (미상)   
꽃 속의 작은 이 (덴마크)   
방정환은 첫 번째로 <왕자와 제비>를 번역하면서 ‘지구의 꽃인 어린아이들을 위하여 내가 낳은 조그만 예술이 세상 많은 어른의 편달을 받기 바라며, 또 이로 인해 더 좋고 더 값있는 동화 예술이 나기 바란다’고 피력하였다. 그는 외국 동화를 단순하게 원작 그대로 소개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각으로, 불필요한 내용은 빼거나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요소를 첨가하여 이야기를 바꾸기도 하였다.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이 제목도, 내용도, 방정환의 시각으로 재탄생한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번역’이라는 방법을 통해 당시 조선 어린이가 처해 있는 딱한 현실을 일깨우고 이에 대한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고자 함이었다.  

격랑 속에 휩쓸리며 침몰하는 <난파선>의 모습이 일제의 침략으로 침몰해 가는 조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듯 《사랑의 선물》은 비록 외국 동화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우리 민족이 처한 불우한 이야기, 그 속에서 설움 받고 살아간 당시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설움과 구박 속에서도 끝까지 꿈을 버리지 않고 나서 보려는 어린 세대의 당찬 모습을 그린 <산드룡의 유리 구두>는 어린이들에게 눈물과 위로를 주었고, 〈한네레의 죽음〉에서는 굶주리고 학대받으며 죽어 가던 조선 어린이들의 절망스러운 삶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왕자와 제비의 선행을 알게 된 사람들이 왕자의 상을 다시 세우고, 그 어깨 위에 제비의 상까지 만들어 주는 내용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정환이 번역한 〈왕자와 제비〉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이야기 요소라 할 수 있다. 착한 왕자와 제비가 승천 세계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바로 이 땅 위에서 기억되고 그 사랑이 실천되기를 바랐던 방정환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잃어버린 바이올린’이라는 일본 번역본 제목을 그대로 쓰지 않고 〈어린 음악가〉로 바꾸어 쓴 것에서는 잃어버린 바이올린 자체보다 인물의 성장 과정에 주목했던 방정환의 관점도 엿볼 수 있다. 

생명의 빚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생명은 
더불어 살아가야 지속 가능한 존재

생태계 파괴 문제에 대한 환기는 물론 생명 존중과 존재에 대한 탐구로까지 내면의 의식을 확장시키는 백하나의 신작 환타지 동화 <마지막 은빛여우>가 현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죽은 채 발견된 마지막 여우를 글감으로 하는 이 책에는 생명의 빚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생명은 서로 그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여우의 신을 가지면 모습을 감출 수 있고...

‘여우의 갓을 가지면 부자가 되고, 여우의 신을 가지면 모습을 감출 수 있고, 여우의 꼬리를 가지면 다른 사람을 홀릴 수 있다.’ 박지원의 <호질>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작품의 발단은 주인공 태준이가 과학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털장갑을 손에 넣으면서 시작된다. 그 장갑은 손에 끼면 모습이 안 보이게 되는 신비한 힘을 가진 장갑, 즉 여우 신이었던 것이다. 

태준이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물건을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친구들을 곯려주는 데 사용한다. 그리고 시험 답안지를 몰래 고치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 점점 안 좋은 일도 서슴지 않게 된다. 남들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여우 신을 신고 나쁜 짓을 하면 여우로 변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장갑을 끼고 안 좋은 일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모습이 조금씩 변해 가더니 결국 태준이 몸은 여우로 변하고 말았다. 여우가 되어 쫓기던 태준이는 신비한 숲으로 떨어지고, 그곳에서 은빛여우를 만나게 되는데…….

일반적인 판타지 장르처럼 이 이야기도 초자연적인 현상을 주요한 플롯의 배경으로 삼아, 환상적 요소를 지닌 세계로 주인공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간인 태준이가 여우가 되어 다른 세계로 갔다가 다시 인간이 되어 현실로 되돌아오는, 현실→가상→현실의 구조는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영화처럼 전개되며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게다가 동물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힘으로 다른 생명의 목숨을 빼앗는 폭력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메시지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한다면 생명의 빚으로 서로의 세상을 이어야 한다.

신비한 숲에서 여러 동물들을 만나고, 사냥꾼에게 쫓기기도 하면서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 온갖 모험을 하는 태준이는 세상을 정화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천년나무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 “인간들의 방식인 욕심으로 나를 사로잡지 마라. 너희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한다면 생명의 빚으로 서로의 세상을 이어야 한다.” 그리고 천년나무가 사라진 자리에는 작고 여린 나무 한 그루가 남게 된다. 이미 망가졌지만 되살려야 하고, 늦었지만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이미 지구상의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과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그들이 사라진다면 인간 또한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모든 생명은 생명의 빚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그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걸 잊어버리면 순환이 멈추고, 세상은 무너지게 된다는 흰구름할아버지의 말에서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더불어 살아야 지속 가능한 존재들’이라는 말의 당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죽은 채 발견된 마지막 야생 여우를 마주한 순간, 우리는 지난했을 여우의 삶과 거기까지 오게 된 경위와 그에 대해 인간이 저지른 모든 폭력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여우의 무언의 목소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할까? 삶과 죽음이 오가는 현실을 감당해 내면서 작가는 반짝이는 생명의 빛 속에는 그늘도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세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행복은 감춰진 그늘의 고통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우리는 반짝이는 생명의 빛 속에 감춰진 누군가의 희생에 감사하며 빚을 갚아야 한다. 그 누군가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우리를 위해 희생한 모든 존재들에게 말이다.

핵폭발로 대멸종한 지구를 다시 복원하는 

프로젝트 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야기창작발전소 스토리창작과정의 지원을 받은 작품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핵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인류는 큰 도전을 받게 될 거라고도 해요. 
인류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마누, 하나, 떠버리, 별을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들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어요. 로봇, 아이, 자동차, 동물의 모습으로 온 친구들은 핵폭발로 황폐해진 지구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죽지 않는 몸을 가져서 오랜 시간 얼마나 외로웠는지, 생명체가 어떻게 다시 뿌리를 내렸는지 말해 주었어요. 
상처뿐인 지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온전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한 아이였어요. 그 아이 덕분에 인간 중심으로 계획된 ‘프로제트 원’은 다른 의미를 찾게 돼요.                                             -이조은 동화 작가의 말에서

 지구의 미래와 생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SF동화

<프로젝트 원>은 핵폭발로 황폐화된 후의 지구를 그린 SF동화다. 인류의 생존과 지구 환경의 복원 임무를 맡은 인공지능 로봇과 불완전한 복제인간 어린이가 생명체의 의미를 깨닫고 각성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프로젝트 원>은 완전함을 추구했던 인간들의 욕망 때문에 상처받고 파괴되었던 지구 생명체가 불완전한 모습이나마 다시 생명력을 회복하는 이야기다. 
핵폭발 후 백 년 뒤, 복제인간 하나가 긴 잠에 빠져 있던 인공지능 로봇 마누를 깨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구 환경을 핵폭발 이전 모습으로 복원해, 달 기지에 피해 있는 인류가 돌아와 살 수 있는 환경 복원 임무를 띤 마누. 마누는 하나와 함께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바이오 연구소를 찾아 떠난다. 도중에 첨단 인공지능 자동차 떠벌이와 돌연변이 기형동물 별을 만나면서, 바이오 연구소를 찾는 넷의 모험 여행이 시작된다. 황폐화된 지구, 돌연변이로 변해버린 기형 생명체들... 이들이 만나는 지구의 모습이다. 그리고 마침내 바이오 연구소를 찾는데... 마누는 지구를 복원하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인류는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대멸종 이후에도 인류는 여전히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의식 중에, 아니 당연히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에 생명이 생겨난 이후 수많은 종류의 생명체가 나타나고 사라졌다. 거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는 대멸종도 몇 차례나 있었다. 그리고 대멸종 이후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다시 지구를 채워 왔다. 인간도 그러한 생명체 중의 하나일 뿐이다. 
<프로젝트 원>을 읽는 독자는,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지구의 한 구성원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나는 모험 여행 과정에서 세상과 만남을 통해, 특히 생명체들과의 교감을 통해 생각이 성장해 간다. 불완전한 복제 인간 하나가 성장해 가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 내면의 갈등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동화집

남에게 공감할 줄 알아야 행복해져요!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편견과 혐오, 그리고 부당한 차별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다섯 작가들이 뜻을 모아 만든 책 <내가 없으면 좋겠어?>가 현북스에서 발간되었다.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에 자기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동화는 우리 사회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애인, 노인,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그 가족, 가난한 사람에 대한 편견뿐만 아니라 성적과 외모등 단편적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것인지 한목소리로 문제 제기하고 있다.

임어진 작가 <8차선 횡단보도>
어릴 때 사고로 다리를 다친 민우에게 세상은 마치 <8차선 횡단보도>와 같은 곳이다. 초록불은 민우가 채 건너기도 전에 빨간불로 바뀌고, 민우는 거대한 도로 한복판에 그대로 갇힐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반 친구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민우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희망을 가지지만 마을 사람들은 집값 떨어진다며 반대하고 나선다. 민우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마음속으로 외친다. ‘나는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지만, 당신들은 마음이 불구야.’라고….

윤혜숙 작가 <어쩌다 보니 할아버지>
<어쩌다 보니 할아버지>는 축구를 좋아하는 소년과 잔소리쟁이 째보 할아버지의 몸이 우연히 뒤바뀐 사건에서 시작된다. 소년은 평소에 할아버지 잔소리가 지겹기만 하고 할아버지가 고집불통 노인네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몸이 바뀌고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할아버지의 입장이 되어 보니 할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 들고 늙게 마련이지만 그게 자신의 현실이 되기 전까지는 체감하지 못한다. “젊었을 때는 이렇게 늙을 줄 모르고 노인들 보면 무시하고 꼰대 취급하고 그래서 벌 받는 거 아닌가 싶은 게….” 째보 할아버지의 이러한 회한은 우리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김일옥 작가 <인기투표>
<인기투표>는 남학생 제현과 여학생 세아 입장에서 서술하여 서로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오해가 시작되었는지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구성된 글이다.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을 상대로 인기투표를 한 데서부터 오해와 갈등이 시작되는데, 남자애들이 외모나 성적, 성격 등의 기준으로 자신들을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고 이를 암호처럼 부르는 것에 대해 여자애들이 반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여자애들 역시 남자애들을 상대로 인기투표를 하여 등급을 매기지만 서로의 마음은 편치 않다. 결국 선생님의 중재로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송아주 작가 <오 모둠 냄새>
요즘 아이들은 사는 곳에 따라 친구도 달라진다고 한다. 사는 동네나 아파트 평수로 구분해 끼리끼리 논다고 하니 참으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오 모둠 냄새>는 같은 아파트라도 임대 단지에 사는 아이는 놀이터도 함께 이용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반발이자 가난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부수는 당당한 외침이다. 

장세정 작가 <불법 사람>
아무런 죄가 없어도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네팔 아이 키란의 아빠는 외국인 노동자이다. 하지만 불법 체류 중인 <불법 사람>이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아야 하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다. 키란은 축구를 잘하지만 아이들은 키란을 까만콩 혹은 네팔이라 부르며 놀리거나 따돌리고…. 이제 외국인 노동자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장해야 함을 조용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과  
공감하는 상상력이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평소에 겪거나 생각해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평소에 겪거나 생각해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무심코 남을 차별하고 공격하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도록 미리 배워 두고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 저러면 안 되는구나. 하고 말이죠. 
또한 우리가 이런 식으로 남을 공격해도 안 되겠지만, 누군가에게 이렇게 공격당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믿을 수 있는 어른들과 선생님, 가족 친구들에게 꼭 도움을 청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당당히 맞서고 올바르게 헤쳐 간다면 세상은 한결 좋아질 겁니다.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혐오와 차별의 공기가 어서 엷어지기를, 나아가 활짝 개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쓴 다섯 편의 동화에 담긴 목소리를 기억해주세요.

한여름의 매미 소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어디로 가고 있나요? 
무엇을 하고 싶나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윤선아 작가의 신작 동화 <매미의 집중>이 현북스에서 출간되었다. 매미의 한살이를 소재로 인생의 목적과 삶의 의미,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안주할 것인가, 도전할 것인가? 머무를 것인가, 떠날 것인가?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에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과정으로서의 삶은 매순간 소중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매미의 한살이를 소재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

매미는 알 –애벌레 -성충의 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애벌레는 땅속으로 들어가 나무뿌리 즙을 먹으며 자라고, 다 자란 애벌레는 땅굴을 파고 밖으로 나와 나무 둥치나 줄기, 잎에 매달려 날개돋이를 하여 성충이 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한 후 수컷은 숨을 거두고, 암컷은 나무 틈에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매미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5년에서 길게는 17년까지 오랜 시간을 땅속에서 보낸다는 것이다. 땅 위에서의 시간은 불과 보름 정도밖에 안 된다. 그 짧은 동안의 바깥 생활을 위해 오랫동안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매미의 한살이가 어찌 보면 허무하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인 풍이는 매미로서의 며칠만큼이나 애벌레로서의 삶도 소중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기도 하고,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적 욕망이 커질수록 안락한 삶에 대한 갈구 또한 커지게 마련이다. 인간의 이러한 속성을 매미 애벌레의 나이인 ‘령’에 빗대어 구성한 목차 제목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풍이는 단풍나무 껍질 속 알에서 깨어났다. 항상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찾고자 했던 풍이는 자신의 몸속에 날개가 들어 있다는 엄마의 말을 기억하며 땅 위의 세상을 훨훨 날아 하늘에 별까지 날아가기를 꿈꾼다. 하지만 땅속 현실은 전혀 다르다. 애벌레집에서는 몸을 뒤집고, 구르고, 몸싸움을 하고, 동굴을 파는 등 천적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온갖 고된 훈련과 연습만이 반복될 뿐이다. 
아무도 땅 위의 세상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고, ‘날개’라는 말조차 금기어가 되어 버렸다. 애벌레 풍이가 꿈꾸는 미래는 자신의 몸속 어딘가에 있는 날개를 펼쳐서 세상을 훨훨 날아가는 것인데도.

“도대체 누구한테,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슨 굴러가는 연습을 한단 말이지? 
 빨리 굴러가면 뭐 하나? 어디로 누구한테 왜 가는지도 모르는데!”

이러한 맹목적인 훈련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참이 교관의 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려가게 만드는 우리의 현실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집…. 인생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마치 그것만 손에 넣으면 성공한 삶인 것처럼 착각하면서 때로는 그것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기도 하니 말이다.
 
“너희들 몸속에 날개가 들어 있어. 날개를 찾는 방법을 찾아.”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애벌레 캐릭터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떠올리게 한다. 끝없이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골몰하는 풍이, 맹목적인 집단 훈련을 거부하고 삐딱하게 저항하는 롱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도움을 주었던 친구마저 저버렸던 은이, 무엇이든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믿는 즘이, 항상 자신이 왔던 곳을 꿈꾸며 방랑하는 버들이…. 

날개를 찾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이고,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어리석음과 미움에서 벗어나고, 두려움과 욕망을 이겨 내고, 온몸을 끌어당기는 안락함을 떨치고 땅 위로 올라왔던 풍이처럼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